"당신이 필요해서 사랑해"가 위험한 이유 (feat. 에리히 프롬)
"마음이 식었어." 이별할 때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말이죠. 사랑을 운명처럼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리히 프롬은 말합니다. 사랑은 빠지는 것(Falling in)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Standing in)이라고요. 오늘은 우리의 연애관을 송두리째 바꿔줄 책,『사랑의 기술』을 통해 진짜 어른의 사랑법을 이야기해볼게요.
혹시 여러분도 누군가를 만날 때 설렘이 사라지면 "아, 이제 사랑이 끝났구나"라고 생각하신 적 있나요? 저도 예전엔 그랬거든요. 가슴 뛰는 감정이 사랑의 전부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얇지만 묵직한 책,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라, 사랑할 능력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우리는 사랑을 '감정'이라 착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즐거운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운 좋게 멋진 상대를 만나면 저절로 생기는 감정이라고 믿죠.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능력(Loving)을 기르기보다는, 사랑받는 대상(Being loved)이 되기 위해 애를 씁니다.
프롬은 이를 '시장의 교환 관계'에 비유해요. 우리는 마치 진열장에 놓인 상품처럼,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스펙을 쌓고, 매너를 익혀서 "나 좀 사가세요(사랑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사랑받을 자격'을 갖췄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 사랑은 피아노 연주와 같아요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사랑은 기술(Art)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의사가 되거나 목수가 되기 위해 긴 시간 훈련을 하듯, 사랑도 이론과 실천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피아노 앞에 처음 앉은 사람이 "나는 음악을 사랑해!"라고 외친다고 해서 갑자기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죠. 맹목적인 열정만으로는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없듯이, 감정만으로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 배려 (Care): 상대방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 책임 (Responsibility): 상대방의 요구(정신적 요구 포함)에 응답하는 능력
- 존중 (Respect):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그가 그답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
- 지식 (Knowledge): 상대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

🔎 집중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찔렸던 부분은 바로 '집중'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현대인들은 산만함을 미덕으로 알죠. 밥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보고, 대화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론 딴생각을 합니다.
프롬은 말합니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집중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상대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그저 옆에 있는 것에 불과해요.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타인에게도 집중할 수 있다고 해요. 역설적이죠?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서 누군가를 찾는 건 사랑이 아니라 도피일 뿐이니까요.

👶 미성숙한 사랑 vs 🧑 성숙한 사랑
여러분의 사랑은 어떤 문장에 가까운가요? 프롬은 두 가지 사랑을 아주 명쾌하게 구분합니다.
| 구분 | 미성숙한 사랑 | 성숙한 사랑 |
|---|---|---|
| 핵심 문장 | "당신이 필요해서 사랑합니다." |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합니다." |
| 동기 | 결핍, 외로움, 의존 | 풍요로움, 선택, 헌신 |
| 결과 | 상대를 소유하려 함 | 상대를 자유롭게 함 |
미성숙한 사랑은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나는 사랑받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단계죠. 반면 성숙한 사랑은 자신의 통합성을 유지하면서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즉, 두 사람이 하나가 되지만, 여전히 둘로 남는 것입니다.
🌟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 짝을 못 만나서 그래. 제대로 된 사람만 나타나면 나도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프롬은 이것을 '대상의 문제'로 착각하는 오류라고 지적해요.
사랑은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향하는 감정이 아니라, 삶 전체를 대하는 태도(Attitude)여야 합니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특정한 사과 하나만 그릴 줄 알고 다른 건 전혀 못 그린다면, 그를 화가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요.
많은 분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을 이기적인 것과 혼동합니다. 하지만 프롬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사랑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기적인 사람은 사실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불안감을 감추려고 타인의 것을 탐하는 것이죠. [출처: 현대 심리학의 자기애성 성격장애 연구 참조]

📝 사랑, 오늘부터 연습해볼까요?
책을 덮으며 저는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나는 사랑을 연습하고 있는가, 아니면 요행을 바라고 있는가?"
사랑이 기술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설렘이 식었다는 한탄이 아니라 부단한 훈련입니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말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100% 집중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사랑의 기술을 연마하는 첫걸음일 테니까요.
사랑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달콤한 위로보다는 뼈 때리는 조언이 가득한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다음에 또 유익한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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