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의 탄생 이라는 기쁨의 성탄 대축일 바로 다음 날, 가톨릭 전례력은 피 흘려 죽은 첫 순교자 를 기억합니다. 이 극적인 배치는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성 스테파노의 삶과 죽음은 성탄의 신비가 우리 삶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초대 교회의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 의 축일을 맞아 그가 남긴 용서와 증언의 영성 을 깊이 묵상해 봅니다.

성탄의 기쁨 속에 피어난 붉은 순교의 의미
많은 신자분께서 성탄 팔일 축제 기간에 순교자 축일 이 배치된 것에 대해 의아해하시곤 합니다. 어제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을 축하하며 평화를 노래했지만, 오늘은 돌에 맞아 숨진 스테파노 성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배치를 통해 육화(Incarnation)의 신비 와 십자가의 파스카 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가르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결국 사랑을 위한 희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있습니다. 성 스테파노 축일 은 아기 예수님을 향한 경배가 감상적인 낭만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을 투신하는 신앙의 결단 으로 이어져야 함을 웅변합니다. 첫 순교자 의미 는 단순히 '처음 죽은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길을 가장 먼저, 가장 완벽하게 따라간 '첫 번째 증인'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출처: 가톨릭 대사전]

성 스테파노, 그는 누구인가?
사도행전에 따르면 스테파노는 초대 교회가 선발한 일곱 봉사자(부제)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사도 6,5)이었으며, '은총과 능력이 충만'(사도 6,8)하여 백성 가운데에서 큰 이적과 표징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단순히 식탁 봉사만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지혜롭게 선포하는 탁월한 설교가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천사의 얼굴 (사도 6,15)과 같았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이는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하느님 체험과 평화가 밖으로 드러난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가 묵상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평화'입니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의 평화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용서의 영성 : 미움의 고리를 끊는 힘
오늘날 우리 사회는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병들어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스테파노 성인의 용서의 영성 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저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지우지 마십시오." (사도 7,60)
이 기도는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기도를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스테파노는 죽는 순간까지 스승이신 예수님을 닮으려 노력했습니다. 진정한 순교 는 단순히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미움을 이기는 것 임을 그는 온몸으로 증명했습니다.

진리 증언 : 타협하지 않는 용기
스테파노는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구약의 역사를 꿰뚫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약속된 메시아임을 용감하게 증언 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려 하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진리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현대 신앙인인 우리는 종종 세상의 가치관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거나, 나의 신앙을 드러내기를 꺼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대교회 순교 자들의 삶은 우리에게 '편안한 신앙'이 아닌 '증거하는 신앙'을 요구합니다.
스테파노가 보여준 용기는 맹목적인 고집이 아니라, 하느님 체험에서 나온 확신이었습니다. 진리를 말하되 사랑으로 말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계승해야 할 진리 증언 의 자세입니다.

스테파노의 덕목과 현대적 적용
스테파노 성인이 보여준 삶의 태도를 현대 신앙인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
핵심 덕목 |
성인의 행동 | 우리의 실천 (신앙 성찰) |
|---|---|---|
| 용서 | 박해자들을 위한 중재 기도 | 나에게 상처 준 이를 위해 기도하기, 험담 멈추기 |
| 용기 | 최고 의회에서의 담대한 설교 | 불의한 상황에서 양심의 소리 내기, 신자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
| 봉사 | 공동체의 식탁 봉사 | 교회와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 실천 |
| 희망 | 열린 하늘과 하느님 영광을 봄 | 현세의 고통 너머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 유지 |
백색 순교의 시대를 살아가며
오늘날 우리는 피를 흘리는 '적색 순교'의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죽이는 '백색 순교' 는 여전히 유효하며 절실합니다.
성 스테파노 축일을 지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나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할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는 작은 순교자로 살고 있는가?" 돌에 맞는 고통 속에서도 하늘을 우러러보았던 성인의 시선을 기억하며, 우리 또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사랑과 용서의 꽃을 피워내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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