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희년(Jubilee)을 앞둔 이번 대림절은 그 어느 때보다 '거룩한 기다림'의 의미가 깊습니다. 오늘은 대림환과 촛불에 담긴 상징들을 함께 나누어 봅니다. 푸른 가지와 촛불의 색상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영혼의 정화 과정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1. 대림환(Advent Wreath)의 구조적 상징과 의미
2025년 대림절을 맞이하며 성당과 가정 곳곳에 놓이는 대림환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닙니다. 그 형태와 재료 하나하나에는 구세주를 향한 인류의 갈망과 신학적 메타포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먼저 대림환을 구성하는 푸른 나뭇가지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생명력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내려질 '새로운 하느님의 생명'을 상징합니다. 또한,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는 둥근 원(Circle)의 형태는 시작도 끝도 없는 '하느님의 영원성'을 의미합니다. 이는 시간의 유한성 속에 사는 인간이 영원하신 분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대림환 위에 꽂히는 4개의 초는 이스라엘 백성이 구세주를 애타게 기다려온 4,000년의 역사적 시간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이 4주간의 여정을 통해 그 오랜 기다림을 압축적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2. 대림초의 색깔과 마음의 정화
대림초의 가장 큰 특징은 색상의 변화에 있습니다. 이는 어둠에서 빛으로, 죄의 상태에서 은총의 상태로 나아가는 '영혼의 정화(Purification)' 과정을 나타냅니다. 초는 진한 보라색에서 시작하여 엷은 보라색, 엷은 분홍색, 그리고 마침내 흰색으로 이어집니다. 점점 밝아지는 촛불의 색깔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 마음이 얼마나 깨끗해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적 지표입니다.
| 주간 | 날짜 | 초의 색상 및 상징 (마음의 정화) |
|---|---|---|
| 대림 제1주일 | 11월 30일 (일) | 진한 보라색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 구세주를 기다리는 깨어있음 |
| 대림 제2주일 | 12월 7일 (일) | 엷은 보라색 회개를 통해 조금씩 옅어지는 죄와 정화의 시작 |
| 대림 제3주일 | 12월 14일 (일) | 엷은 분홍색 (장미 주일) 구원이 가까워짐을 느끼는 기쁨과 환희의 서광 |
| 대림 제4주일 | 12월 21일 (일) | 흰색 완전한 정화와 순결, 임마누엘이신 주님과의 조우 |
| 예수 성탄 대축일 | 12월 25일 (목) | 성탄 촛불 세상의 빛으로 오신 말씀의 육화(Incarnation) |

3. 희년(Jubilee) 2025와 '희망'
2025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정기 희년(Jubilee)입니다. 이번 희년의 순례 여정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핵심 가치는 바로 '희망'입니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말했듯,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절망의 유혹을 이겨내는 영혼의 행위'입니다. 이번 대림절 묵상은 개인의 안위를 넘어, 상처 입은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희망의 닻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되어야 합니다.
빼앗긴 희망을 되찾는 여정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언제나 '주변부'를 향합니다. 대림절의 영성은 화려한 도심의 조명이 아닌, 소외된 이들의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데 있습니다. 2025년 대림절은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 즉 '이 시대의 작은 예수들'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발견하는 사회적 영성의 실천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이것이 바로 희년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와 해방의 의미일 것입니다.
- 기억(Anamnesis) : 내 삶의 척박한 구유에 오셨던 은총의 순간들을 생각하기
- 현존(Presence) : 희년의 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선 화해 모색하기
- 전망(Prospect) : 종말론적 희망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힘 얻기

4. 깊은 침묵으로 나아가는 영적 수행론
소음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침묵은 그 자체로 저항이자 기도입니다. 대림절 기간 동안 우리는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내면의 심연(Abyss)을 응시해야 합니다. 고대의 수도 전통에서 길어 올린 두 가지 영적 수행법을 제안합니다.
4.1. 렉시오 디비나 (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
말씀은 읽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입니다. 대림 시기 매일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천천히 씹어 삼키듯 읽으며(Meditatio), 그 말씀이 내 영혼에 일으키는 파장에 머무르는 것(Contemplatio)입니다. 특히 이사야 예언서에 흐르는 메시아를 향한 애타는 갈망은, 현대인의 메마른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텍스트가 될 것입니다.
4.2. 향심기도 (Centering Prayer, 向心祈禱)
향심기도는 말과 생각, 이미지조차 내려놓고 오직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르는 '동의의 기도'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누우실 구유가 비어있었듯, 대림절의 본질은 채움이 아닌 철저한 '비움(Kenosis)'에 있습니다. 하루 20분, 침묵 속에 앉아 모든 지향을 내려놓고 내면의 중심(Center)으로 향하는 이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가장 정결한 구유로 변화시키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5. 삶으로 번역되는 신앙(Praxis)
묵상은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합니다. 믿음이 삶으로 번역되지 않을 때, 그것은 죽은 문자에 불과합니다. 대림절 묵상의 결실을 맺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Praxis)을 제안합니다.
5.1. 판공성사, 영혼의 정화와 회복
한국 천주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인 판공성사는 단순한 의무 이행이 아닙니다. 앞서 촛불의 색이 밝아지는 것처럼, 이는 한 해 동안 쌓인 영혼의 먼지를 털어내고 희년을 맞이하기 위한 내적 정화의 의식입니다. 진정한 통회와 성찰은 우리를 옭아매던 죄책감에서 해방시켜,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수 있는 내적 자유를 허락합니다.

5.2. 자선과 나눔, 사랑의 구체화
초대 교부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가난한 이들은 천국의 문지기"라고 했습니다. 대림절 동안 절제와 희생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나누는 자선(Almsgiving)은 그리스도의 육화를 세상에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표징입니다. 우리의 나눔은 타인을 위한 시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구원으로 나아가는 통로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6. 기다림, 그 자체가 기도가 되도록
2025년 희년의 문턱에서 맞이하는 대림절은 우리에게 '시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습니다. 진한 보라색에서 흰색으로 변화하는 촛불처럼, 우리의 기다림이 점점 더 투명하고 순수한 희망으로 변모해 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가톨릭 교회가 초대하는 대림절 묵상의 인문학적 본질입니다.
모든 신자들이 이 거룩한 사색의 계절을 통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신비를 각자의 삶 한가운데서 체험하기를 기원합니다.
[🔗 출처: 가톨릭 전례력 및 교황청 2025 희년 공식 문헌 참고]
판공성사 부활을 기쁘게 준비하는 마음으로
2023 대림절 우리들의 간절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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