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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세상

죽지 않고 일할 권리 -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본 노동 안전

by ohmyworld 2025.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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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위험의 외주화 :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왜 반복되는가

이 글은 최근 반복되는 대기업의 산업재해, 특히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사회복지학적 관점과 구조적 분석을 통해 조명합니다. 단순한 사고의 나열이 아닌, 노동 안전이 왜 '돌봄'과 '사회적 안전망'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하는지를 역설하며,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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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은 용광로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노동자들의 비명과 사회적 책임의 요구로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포스코 등 대기업에서 반복되는 사고들은 '위험의 외주화(Outsourcing of Risk)'라는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위험한 작업은 외주로, 사고 현장은 통제 밖으로”라는 비극적 명제 속에서, 본 포스팅은 산업재해를 단순한 기업 과실을 넘어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 붕괴와 안전망 부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진정한 노동 안전을 위한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통계로 본 위험의 외주화 :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왜 반복되는가
거대한 산업 구조 속에서 개인 노동자가 느끼는 무력감과 취약성을 대비시켜 산업재해의 구조적 문제를 암시하는 이미지.

위험의 외주화 : 비용 절감이 불러온 비극의 구조화

산업 현장에서 '외주화'는 본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안전 비용 절감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가장 위험하고 유해한 작업들이 하청 업체로 떠넘겨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를 학술적으로는 '위험의 전가(Risk Transfer)' 또는 '위험의 외주화'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익은 원청이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 노동자가 감당하는 구조입니다.

데이터로 보는 현실 「하청에게 전가된 죽음의 비율」

고용노동부의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 분석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건설업을 제외한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하청 소속 노동자의 비율은 압도적입니다. 이는 위험이 구조적으로 누구에게 향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업장(제조업 등) 사망자 구성비

원청 소속 노동자18.6%
 
하청 소속 노동자81.4%
 

(출처: 고용노동부,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 - 건설업 제외 50인 이상 사업장)

제조업 등에서 사망자의 80% 이상이 하청 노동자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는 위험을 가장 약한 고리로 밀어내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하청 업체는 원청에 비해 안전 설비에 투자할 자본이 부족하고, 전문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할 여력이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원청이 세부 작업 과정까지 지휘하면 '불법 파견'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안전 관련 지시마저 소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결국 현장은 '안전 관리의 공백' 속에 방치됩니다.

위험의 외주화: 비용 절감이 불러온 비극의 구조화
위험과 책임이 아래로 떠넘겨지는 '위험의 외주화' 메커니즘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주는 도식.

통제 부재의 현장 : 책임의 파편화

최근 논란이 된 제철소 및 플랜트 현장의 사고들을 분석해 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발견됩니다. 정비나 청소와 같은 유지보수 업무가 외주화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원청과 하청이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책임의 핑퐁 게임'이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현장의 안전은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안전 정보는 단절되고, 지휘 체계는 파편화됩니다. '작업 허가권'은 원청에 있지만, '작업 수행'은 하청이 맡는 이 괴리 속에서, 노동자는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됩니다. 이는 단순한 관리 부재를 넘어, '책임의 파편화(Fragmentation of Responsibility)'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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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적 관점의 전환 : 안전은 곧 '돌봄'이다

산업재해 문제를 단순히 '노사 갈등'이나 '기업 경영'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이를 사회복지와 인권의 관점, 특히 '돌봄 윤리(Care Ethics)'로 확장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기본권입니다.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을 챙기는 것은 법적 의무를 넘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돌봄'을 수행하는 행위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파괴되는 것은 한 개인의 신체만이 아닙니다. 한 가정의 생계가 무너지고, 지역사회의 심리적 안정감이 훼손됩니다. 즉, 산업재해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며 복지 시스템에 막대한 부하를 줍니다. 따라서 예방적 차원의 안전 투자는 가장 효율적인 사회복지 정책이기도 합니다.

구조적 해법, 법적 강제와 ESG 경영의 결합

그렇다면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요? 전문가들과 국제 기구의 권고는 명확합니다. '공급망 전체의 책임 강화'입니다.

항목 위험 외주화 모델 (비용 중심) 미래 모델 (안전/돌봄 중심)
핵심 가치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생명 존중 및 지속 가능성
위험 관리 위험의 하청 전가 위험의 내부화 및 직접 관리
책임 소재 하청 업체 및 개별 노동자 원청 기업 및 최고 경영자
평가 기준 단기 재무 성과 (이익)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첫째,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높여야 합니다.
법 시행 후 일정 수준의 개선은 있었으나, 여전히 중대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은 예방 체계 구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처벌 자체보다 실질적인 안전 예방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감시와 투자를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적정 낙찰가 제도'의 정착이 필요합니다.
최저가 입찰 방식은 하청 업체로 하여금 안전 관리 비용을 삭감하게 만드는 주원인입니다. 안전 관리 비용을 별도로 책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입찰 제도가 의무화되어야 합니다.

셋째, 노동자의 '작업 중지권' 보장입니다.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했을 때, 노동자가 불이익 없이 즉각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한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는 '자기 보호를 위한 권리'이자 시스템의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주의할 점 : 안전 규제가 강화될수록 기업은 이를 '규제 비용'으로만 인식하여 서류상의 안전(Paper Safety)에만 치중할 우려가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관료주의적 안전 관리는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구조적 해법: 법적 강제와 ESG 경영의 결합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귀가할 수 있는 희망찬 미래와 '안전한 동행'의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존엄한 동행을 위하여

영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티트머스(Richard Titmuss)는 사회복지를 "타인의 낯선 필요에 대한 응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응답은 '일터에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보장입니다.

산업재해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사회가 용인한 구조적 폭력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선진 사회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기업은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시하는 윤리적 경영으로, 정부는 촘촘한 감시와 지원으로, 그리고 시민 사회는 끊임없는 관심으로 이 문제에 동참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가장 기초가 튼튼한 복지 국가입니다. 쇳물보다 뜨거운 눈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안전한 노동'이라는 가치에 동행해야 할 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위험의 외주화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위험의 외주화'란 원청 기업이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공정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하도급 계약을 통해 외부 하청 업체에 떠넘기는 경영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업무의 이전을 넘어, 사고 발생 시의 법적 책임과 안전 관리 비용까지 상대적으로 열악한 하청 업체로 전가하여, 결국 가장 약한 노동자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불평등을 초래합니다.

Q.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는데도 왜 사고는 계속되나요?

법적 의무는 강화되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 예산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관행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안전 정보와 권한이 단절되어 실질적인 예방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서류 중심의 형식적인 관리에 그치는 한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대재해 처벌법 영국 기업살인법과 닮은 듯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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