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대 일자리 지도가 돌봄·복지로 전환중
2025년 상반기 고용 통계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사회적 변화의 증거입니다. 한국의 노동시장 중심축이 제조업과 농업, 건설 중심의 산업 경제에서 돌봄·복지 중심의 사회 경제(Care Economy)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고령화로 인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다는 표피적인 변화가 아니라, 저성장 시대에 고용 안정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 돌봄·복지 일자리, 한국 노동시장 성장의 압도적 주역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돌봄 관련 일자리의 증가세가 모든 산업 소분류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일자리 변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 취업자 증가 1위의 의미
특히 주목할 부문은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입니다. 해당 분야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3만 5,000명 증가하여 총 168만 8,000명에 달했습니다. 이 분야는 시설에 거주하지 않는 형태의 복지 서비스, 즉 방문 요양, 독거노인 돌봄, 종합 복지관 운영, 그리고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을 포괄합니다.

이는 보육시설보다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와 지역 사회 기반의 돌봄 노동이 폭발적으로 늘었음을 시사하며, 돌봄 경제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구조적 증거입니다.
| 구분 | 취업자 수 변화 | 총 취업자 수 (2025년 상반기) |
|---|---|---|
|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 | +13만 5,000명 | 168만 8,000명 |
| 거주 복지시설 운영업 | +3만 2,000명 | 24만 2,000명 |
| 60세 이상 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 | +12만 9,000명 | 108만 9,000명 |
2. 고령층 일자리 지형 변화 : 농업에서 사회복지 일자리로의 재편
과거 고령층 일자리는 전통적으로 농업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 이 오랜 공식이 깨졌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최대 취업 분야가 농업(103만 7,000명)에서 사회복지 서비스업(108만 9,000명)으로 역전된 것입니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돌봄 노동이 단순한 취업 기회를 넘어, 고령층 스스로가 사회에 기여하고 존엄성을 유지하는 주요 수단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합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돌봄 경제는 실버 세대에게 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쌓아온 삶의 지혜와 경험을 다른 세대를 돌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이처럼 노인 일자리가 관계적이고 사회적인 형태로 전환되는 것은 고령사회의 긍정적인 패러다임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3. 구조적 모순 : 일자리 증가와 임금 양극화의 공존
돌봄 경제의 성장은 환영할 만하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모순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저임금 노동의 확대 우려입니다. 2025년 상반기 임금근로자 통계를 보면, 임금 중간층(200만~400만원)의 비중이 두터워진 동시에 100만원 미만 저임금층의 비중 역시 9.6%로 전년 대비 0.2%p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돌봄 관련 일자리가 주로 단시간, 계약직 형태로 제공되는 저임금 일자리의 성격이 강하며, 일자리 증가가 곧바로 노동자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돌봄 노동이 지속 가능하려면 이 분야를 단순 서비스 노동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직업군으로 재정의하고 합당한 처우 개선을 보장해야 합니다.
표준임금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형 일자리 모델 개발 등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핵심 과제입니다.

4. 돌봄 경제의 궁극적 목표 숫자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돌봄 경제는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경제 정책을 넘어섭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장 깊은 질문, 즉 ‘경제 성장이 사람의 삶과 연결되지 않은 채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응답입니다. 케어 이코노미(Care Economy)의 확장은 고령화 시대에 AI 기술과 돌봄 인력을 결합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돌봄 노동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어도, 공감과 관계라는 돌봄의 본질적 가치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돌봄 경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저임금 노동 확대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 상승과 처우 개선을 통한 일자리의 질적 향상이어야 합니다.
타인의 삶을 지탱하는 노동이 정당한 가치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함께 산다는 의미를 재확인하고, 고령화라는 도전 앞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 국가데이터처, 202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 (보도자료, 2025.10.28.)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5년 노령 정책 예산 분석 보고서 (2025.03.)
- 조선비즈 기사, "고령화가 바꾼 노동시장… 올해 상반기 일자리 증가 1위는 '돌봄·노인 일자리'" (2025.10.28.)
자주 묻는 질문 (FAQ)
- Q.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 👉 이용자가 시설에 거주하지 않고, 방문 요양, 주야간 보호, 노인 일자리 사업, 종합 복지관 운영 등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복지 서비스를 포괄하는 산업 분류입니다. 돌봄 경제의 핵심 성장 분야입니다.
- Q. 돌봄 경제의 처우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요?
- 👉 정부와 지자체는 돌봄 인력 표준임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저임금 노동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고, 민간 영역의 일자리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 Q. 고령층 일자리가 농업에서 돌봄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요?
- 👉 고령화 심화로 돌봄 노동 수요가 급증한 반면, 농업은 농촌 인구 감소와 스마트팜 등 기술 기반 자동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일자리가 고령층에게 더 안정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일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면책 조항: 이 글은 특정 기업이나 정책에 대한 투자 또는 금융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용한 통계 자료에 대한 해석 및 재무적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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